yumenohosi
8 min readApr 5, 2021

베트남 호치민 주재원의 삶 - 집

호치민에서 4년간 살며 경험한 일들을 기록합니다.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 의존하므로 실제와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댓글로 지적 부탁드립니다

해외 거주가 결정되면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게 주거 문제일겁니다. 개인에 따라 여러가지 주거 형태가 있겠지만 호치민 주재원들이 주로 거주지를 결정하는 요소들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학군

가족단위로 오시는 분들에게는 고려사항 1순위가 자녀분들의 학교입니다. 학교마다 정원이 정해져있고, 선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부터 결정하고 그 다음으로 학교 주변 혹은 셔틀버스가 다니는 지역으로 주거지를 결정합니다.

보통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으로 한국에서 교육받던 학생들의 경우에는 교육환경이 한국과 비슷한 호치민 한국 국제학교에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녀가 어리거나 영어실력이 좀 되고, 글로벌한 환경에서 교육시키고 싶으실 때 해외 국제학교들을 보내시는 것 같고요. 저는 아이가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험은 없습니다.

국제학교들이 보통 7군 푸미흥 지역과 2군 타오디엔 지역에 많이 몰려있기 때문에 가족단위로 오신 분들은 위 두 지역의 아파트에 많이 거주하십니다. 7군 푸미흥 지역은 워낙 오랫동안 한인타운 역할을 한 곳으로 한국어만 해도 생활이 가능할만한 지역입니다. 2군 타오디엔 지역은 최근 3~4년 전부터 개발되어 새 아파트들이 주상복합 형태로 많이 들어섰습니다.

근무지

혼자 오시거나 부부끼리 혹은 아주 어린 아이들을 동반하신 경우 학군보다는 근무지역이 거주지 선택에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베트남은 한국처럼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않았고, 택시비나 그랩 비용이 한국에 비해 싸다고는 하지만 매일 내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근무지역에 가깝거나 싸게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을 알아보셔야 합니다. 베트남의 버스는 매우 저렴하지만 노선이 많지 않고 외국인이 타기에는 쉽지 않은 요소들이 있는데 최근 GoDee 라는 어플이 시내 통근에는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시내로 통근하시는 분들은 4군에 있는 리버게이트, 밀레니움 혹은 1군의 골든리버 같은 가까운 아파트를 많이 선택하시는 것 같고, 혼자 오시는 분들은 서비스 아파트에서 청소,빨래,설거지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시내에 있는 서비스 아파트를 선택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외로 통근하시는 분들은 호치민 남쪽지역의 경우 푸미흥쪽에서 셔틀버스가 다니는 회사가 많아 푸미흥쪽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고, 동쪽 지역은 2군 타오디엔 지역에 많이 거주하시는 것 같습니다. 호치민 외각 빈증이나 동나이 쪽에도 많은 분들이 거주하고 계시지만 제가 지식이 짧아 그쪽은 잘 모르겠습니다.

주거 취향

위의 학군이나 근무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신다면 다음으로 꼽을만한게 개인의 취향이겠죠. 빈홈 센트럴파크의 경우 대단지 아파트의 장점과 큰 공원,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어울어진 이국적인 분위기가 좋습니다. 2군 다이아몬드 아일랜드는 50m짜리 풀사이즈 수영장이 있고, 2군 에스텔라 하이츠 같은 아파트는 매우 럭셔리합니다. 7군 에라타운은 저렴한 임대료로 유명하고요.

피해야 할 곳

주거지를 고르는 방법보다도 중요한게 피해야 할 곳을 피하는 방법이겠죠.

우선 주변에 공사장이 있다면 매우 시끄러울 확률이 높습니다. 베트남의 아파트는 단지 하나를 동시에 건설해서 분양하는 경우보다는 일부 건설해서 분양하고, 그돈으로 몇채 더 지어서 분양하고 이런식으로 순차적으로 분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트남은 밤 새도록 공사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아침 일찍 공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아파트 방향에 따라 소음이 심할 수 있습니다. 먼지나 공사장 차량들에 의한 문제는 덤이죠

새 아파트에 첫 입주자일 경우, 요즘에는 아파트가 어느정도 기본 인테리어가 되어서 분양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베트남은 일반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시멘트 벽 상태로 분양합니다. 분양받은 집주인들이 알아서 실내 공사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분양 초기에 입주할 경우 앞집, 옆집, 윗집, 아랫집이 공사하는 소리를 듣게됩니다. 엘리베이터는 흠집 방지한다고 나무판자로 벽면을 대놓고, 복도 바닥은 비닐과 종이박스를 깔아놓지만 먼지가 상당합니다. 작업자들은 아무대나 들어누워 있고요. 부동산 직원에게 들은 바로는 이런 상태가 6개월정도는 계속 된다고 합니다. 동시에 모든 가구가 공사하는게 아니고 집주인 마음이라서요.

서비스아파트의 경우 도심에 작은 건물들인 경우가 많은데 1층에 식당이 있다면 바퀴벌레는 각오하셔야 합니다. 이런 벌레문제는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로컬아파트일수록 심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집에 틈이 없이 밀패시키면 숨막혀서 죽는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보통 문틈도 많이 벌어져있고, 에어컨이나 환풍기 관도 실링을 제대로 하지않아 틈이 그대로 벌어져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치가 좋은 아파트의 경우 에어비엔비로 재임대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집이 옆집에 있으면 소음피해가 심각합니다. 밤늦은 시간에 집안에서 가라오케를 즐기는데 경비실에 연락해 주의를 준다고 해도 다음날이면 다른 가족들이 가라오케를 즐기고 있을겁니다.

큰 도로변에 있는 아파트들은 밤새 자동차 소음이 클 수 있습니다. 집 보실때 방음을 확인하셔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베트남 아파트들은 보온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창 유리가 얇고 한겹입니다.

베트남에 오래 사신 분들은 서쪽향 집은 피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집 방향에 따라 온도차이가 확실히 많이 납니다. 호치민은 위도가 낮아 북향이라도 정오 시간대에는 햇빛이 들어옵니다. 남향이면 좀 더 많이 들어올것이고, 동향이라면 오전에, 서향이라면 오후에 햇빛이 들어오겠죠. 서향집은 해질녁에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에 눈뽕 당하는 문제가 있어서 거실에서 TV라도 보려면 커텐을 쳐야 합니다.

부동산에서 계약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베트남에서는 모든 수수료를 집주인이 냅니다. 주재원에 따라서 회사에서 집세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집주인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줘야 하는데 이걸 거부하는 집주인도 있습니다. 나중에 이사할 때 이것저것 트집잡아서 보증금을 적게 돌려주려고 하는 집주인도 많은데 이건 당하기 전에 피할 방법이 없겠네요. 베트남에서는 집주인이 해야할 세입자에 대한 서비스를 부동산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동산이 집에서 멀거나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경우에는 서비스를 제때 받기 어려울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인은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령 하수구가 막혔다거나 물이 안나온다거나 할 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럴때 집주인에게 연락하는게 아니라 부동산에 연락을 하게됩니다.

거주지를 찾는 분들에게 공통적으로 말씀드리는건 우선 에어비앤비나 호텔에 지내시면서 충분히 알아보고 결정하시라는 겁니다. 어느정도 호치민 지리에도 익숙해지고 출퇴근길도 경험해보고 직접 임대매물도 돌아다녀보시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결정하시는게 좋습니다. 한번 계약하게되면 계약기간을 채우기 전에 나갈경우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보증금은 보통 2개월치 월세이고 1년 계약이 기본입니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풀옵션 아파트를 임대하기 때문에 보증금 외에 부담되는 비용이 거의 없습니다. 짐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1년에 한번 이사다니면서 여러 아파트를 체험해보는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의 포장이사 서비스는 한국에 비하면 최악이라..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코로나 이후 외국인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아파트 임대료도 많이 내려갔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도 처음 계약할 때 월 110만원 정도였는데 1년 후 재계약시 90만원으로 내렸고요. 외국인이 많이 사는 아파트들은 대략 제 기준으로 1룸 70만원, 1룸 90만원, 3룸 110만원 정도를 평균으로 잡고 있습니다.

주거환경 자체는 한국에 비해 나은 부분이 많습니다. 대부분 아파트가 수영장, 헬스장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고, 바베큐장이나 테니스장 등의 편의시설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 주상복합 형태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이 1층에 있고, 택시나 그랩을 타면 로비 바로 앞에 세워줍니다. 서비스가 좋은 아파트는 경비가 차 문도 열어주고 짐이 있으면 들어주는 경우도 있죠. 집 앞에 강이나 공원, 대형 마트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배달음식이나 마트배달이 집앞까지 왔었는데 요즘은 로비로 받으러 나오라고 하네요. 로비에 24시간 경비원이 지키고 있고, 리셉션 직원이 동마다 상주하며 편의를 봐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택시 불러달라고 하면 불러주는 정도죠. 커뮤니티 공간도 대부분 있어서 입주민들이나 손님과 잠깐 쇼파에 앉아 대화하기 좋습니다. 쓰레기는 층별로 버리는 공간이 있어서 분리수거 없이 버릴 수 있고, 매일 청소하는 분들이 복도나 외부청소를 합니다.

그에비해 아파트 건물 자체는 층간소음이나 구조적인 문제, 정전, 하수도가 역류한다던지 벌레문제 등 최고급 아파트들도 그 수준이 한국보다 좋지 않습니다.

모두 생각이 다르시겠지만 저는 베트남 생활에서 가장 만족하는 것 중 하나가 주거입니다. 호치민은 추운 날이 없으니 집은 항상 온기가 있고, 에어컨을 많이 틀어도 전기세가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냉방비보다 난방비가 훨씬 비싸잖아요. 오늘은 토요일 오후라 집앞 커피숍에 나와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저녁이 되면 선선하고 바람이 불어 집앞 공원 산책하는 기분이 좋습니다. 이 글 맨 위에 있는 사진이 저희 아파트 사진입니다.

애들 키우는 집은 매일 수영장에 아이들 풀어놓습니다. 수영장에 안전요원까지 있어요. 새벽마다 공원에서 조깅하는 분들도 있고 모여서 에어로빅을 하거나 춤을 추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면서 느끼는건 베트남은 공항에 도착해 그랩을 불러 타고 아파트 로비에 내리면 (아파트에 따라 다르지만) 경비가 트렁크에 있는 저희 캐리어를 내려서 엘리베이터까지 가져다 줍니다. 한국은 공항에 내리면 공항철도 타고 환승하고 지하철에서 내려 캐리어끌고 한참 걸어 집에가면 힘이 다 빠지죠.

집이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고, 별다른 탈이 없는 집이라면 행복한 호치민 생활에 큰 도움이 될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 그것만큼 괴로운게 없을겁니다. 부디 호치민에 오신다면 충분히 알아보시고 천천히 결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베트남 호치민 주재원의 삶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해보려고 우선 의식주부터 하나씩 다루려고 하는데요. 몸이 귀찮음을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쓰겠죠 ^^;;